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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첫 기억

첫 기억

 

 낙엽이 흩날리는 어느 날이었다. 아이는 문득, 뜨거운 커피가 생각났다. 점식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툭하니 카즈하에게 물었다. 남은 시간엔 카페나 갈까요? 그리 물으면 가만히 기대어오던 카즈하가 고민했다. 왜 그러냐며 바라보면 미묘한 표정이었다. 노란 눈동자를 응시하니, 자신이 비치는 듯도 했다. 아이의 볼을 가만히 잡아당기던 그이는 그제서야 대답했다. 아이가 며칠이나 야근한게 신경쓰인다며. 그 말에는 가볍게 웃어 보이는 아이였다. 살풋 상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라며. 무언가 가슴 한 켠이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나는 가서 핫초코를 마실게요.”

“정말?”

조금은 얼굴이 피는 기색이었다. 카즈하는 그럼 자신도 같은 것으로 하겠노라고 하였다. 자그맣게 웃음이 났다. 그거 알아요. 발걸음을 옮기며 말하는 것이었ㄷ. 그러면 상대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카즈하가 가끔 카라칼 같은 건 아냐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흰 벽의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문이 달칵,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흰 색에 녹아들던 이의 동그래진 눈동자. 한참 말문이 막혔던 카즈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걸 가지고 콩깍지라고 하는 거에요. 그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자신에게 이리도 사랑스러운 사람인데. 하지만 구태여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그럼 카페 갈 거죠?”

“그래요, 야옹.”

“뭐에요 그거.”

이번엔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피식 웃는 카즈하는 아이의 입꼬리를 톡톡 쳤다. 그런 모습도 보기 좋아요. 잠시 굳어있던 아이는 그 뒤를 따랐다.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손을 내밀어오는 상대의 행동은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카페방면으로 걸음을 옮겼다. 북적대는 점심의 사내카페엔 꽤나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점원인 미나모토였다. 사근한 모습의 그이는 아이르 보다 눈썹을 늘어트렸다. 또 커피 사러 왔느냐며.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닌데-. 카즈하는 자연스레 아이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 조금 놀란 아이가 입이 다물렸다.

“이 사람하고 나하고 핫초코 한 잔씩 줘요.”

“아하-.”

“휘핑 많이 올려서.”

미나모토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볍게 카즈하의 볼을 꼬집은 아이는 괜히 투덜댔다. 뭐하ᅟ는거냐며. 그러면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는 카즈하였다. 뭐하는거긴 ‘동료’챙기는거지. 그리 말하며 웃어보였다. 얄밉다는 듯이 바라본 아이는 해초롬해졌다. 그녀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즉 앉지 않은 카즈하는 음료가 나오고 나서야 그것을 챙겨왔다. 턱을 괸 아이는카즈하가 자리에 앉는 것을 보았다. 코를 건드린 카즈하는 얼른 마시라며 음료를 밀어주었다. 문득 떠올린 듯이 아이는 그 잔을 받아들었다. 휘핑을 빨대로 퍼올리던 아이는 말했다. 경시청 부임 초기 시절이 생각난다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건 브리핑으로 모인 적이 있었거든요.”

“음, 그리고?”

“가는 길에 사람들이 되게 쑥덕대더라고요.”

대상은 어느 망나니 형사였다. 이전에도 현장에서 용의지와 싸움이 붙어 난리도 아니었다며. 다혈질이구나. 그리 생각한 아이는 브리핑실로 가 얌전히 앉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메모하노라면 옆자리에 와 앉는이가 있었다. 은발의 이는 힐긋 보더니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신입인 모양이네. 첫마디로 시작한 인상. 꽤나 험상궂었다. 험상궂은 미인. 그런 단어가 어울리는 이. 헐렁하게 앉은 상대는 적당히 들어도 괜찮을거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쌓는 커넥션도 자본이 될 것이라며.

“인텔리네.”

그리 말한 이가, 사람들이 말한 유우키 카즈하임을 아이는 그때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