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코퍼필드는 경찰학교의 수석이었다. 스스로 집에서 나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한 순간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경찰의 사명에 집착하는 듯도 했다. 2학년의 여름, 누군가 물은 적이 있었다. 어딘가에 위험하게 내몰려 있는 것 같다며. 그 말에 입을 다무는 유진이었다. 그저, 사람들이 다치는 게 싫다며. 스쳐가는 것은 자신의 언니와 쌍둥이, 양어머니였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할 친구. 아레스 베이커. 그들의 끝은 자신이 스스로 맺어야만 했다.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더라도. 하루는 교장이 유진을 교장실로 호출했다.
“부르셨나요 교장선생님.”
“그래, 코퍼필드 학생.”
잠시 유진을 응시하던 교장은 무겁게 입을 뗐다. 교사들이 자주 칭찬하더군. 그것에 응하려 열심히 노력할 따름입니다. 유진은 흔들림 없이 대답하였다. 입가를 매만지던 교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회색머리가 되어가는 그이는 걱정이 어려 있었다. 종종 불안정해 보일 때가 있다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유진은 그 말에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런 적은 없노라며. 어쩌면 억지를 부리는 듯한 어조이기도 했다. 그러자 교장ㅇ느 손짓을 하며 진정하라고 하였다. 유진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학교에서도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네.”
“거절하면 퇴소처리가 되나요?”
“그건 아닐세. 이건 학교 교장으로서 권고하는 것일세.”
“-. 알겠습니다.”
그리 말한 유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운슬링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다만, 그녀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경찰이 된다면, 유진 코퍼필드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생각하기를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은 단지 그들에게 벌을 주고 싶은 것일까. 혹은, 배신감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은 것일까. 그러자, 역한 기운이 속으로부터 밀려 올라왔다. 뜨거운 볕이 머리를 빙글대며 맴돌고 있었다. 차가운 철문의 감촉에 겨우 인지가 현실로 돌아왔다.
“왔어, 유진?”
“-응. 왔어요. 피곤해서 조금 일찍 잘게요.”
내려앉는 머릿속을 부여잡으며 그녀는 룸메이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침대에 몸을 뉘이면 눈이 자연스럽게 감겼다. 일어난 후에는 다시금,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며.